2020. 12. 31. 05:26ㆍColumn/영화보고
영화의 영어 제목은 Tall Tales로 번역하면 믿기어려운 이야기, 황당한 이야기이다. 헝가리어 원어 제목은 Apró Mesék 즉 Small Tales 라는 뜻으로 나라에 따라 사용하는 표현과 어휘가 흥미롭다.
영화의 중심에는 주인공 한코 발라즈가 반복하며 만들어 내는 영웅, 거짓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기다리는 유족들에게 접근해 자신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여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딘가 살아있고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꾸며낸 거짓 이야기를 통해 그들로 부터 숙식을 제공받아 살아가는 인물이다.
말쑥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으로 한동안 잘 나가던 그의 거짓된 말과 행동에 위기가 다가온다.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돌아 오지 않는 동생을 기다리는 형사와 부대원들에게 거짓이 탄로나 죽을 위험에서 탈출에 성공한다. 검문하는 군인들로 인해 다시 도망쳐 그는 산속에서 아들과 함께 사냥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유디트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이 시작된다.
남편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꾸며 또 한번 숙식을 제공 받지만 사실 유디트는 자신과 아이를 학대하던 남편을 너무도 잘알고 증오하고 있었기때문에 그의 어설픈 거짓을 바로 간파한다. 그 후 거짓에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 아마도, 호감을 느낀 유디트는 사랑에 빠지며 그를 집에 머물게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줄 알았던 남편, 빈체가 집으로 돌아오며 긴장은 증폭된다.
한코의 모든 거짓을 알면서도 받아주고 있는 빈체의 의도를 한코는 알지 못한다. 유디트는 남편을 없애 달라고 하였지만 한코는 새 출발을 하겠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그를 살려둔다. 자신의 귀환을 알린다며 집을 나선 빈체, 임시 판결소에서 그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지만 한코 역시 자신의 거짓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 빈체의 거짓 증언을 돕고 보증을 서게 된다. 그 결과 모든 혐의로 부터 자유로워진 빈체는 한코에게 다시 자신의 가족에게 나타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돌아간다.
빈체는 한코의 거짓말을 눈감아 주는 척하였지만 그의 거짓을 이용해 교수형을 당해야 할 자신의 과거 죄과를 덮고 자유를 얻었다. 더 이상 쓸모없어진 존재 한코를 협박으로 가차 없이 쫓아낸다. 어쩌면 빈체는 아내와 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택한 방법은 죄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나 자기 반성이 동반되지 않고 거짓과 모략을 바탕으로하는 것으로 그의 새출발의 진의를 믿기 어렵게 한다.
반면 한코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그녀의 불행을 예견하며 떠나야할 처지에 놓인다. 한때 사냥한 사슴을 팔러가며 한코는 유디트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생겨난 이유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돈이나 음식, 잠잘 곳을 내어주었지만 자신의 이러한 행동 모두 아주 큰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디트는 그들은 그들이 듣고 싶은 간절한 희망의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그들의 호의가 당연했다고 대꾸한다.
나치의 부역자로 죽은 시체가 길거리에 매달려 있는 거리에서 사는 불행한 처지의 사람들은 꾸며댄 말로 보다 나은 희망을 꿈꾸게 하며 거짓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에게 기꺼이 댓가를 치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한코와 유디트의 대화는 거짓말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보는 관점에 따라 한코의 거짓말은 생계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뻔뻔하며 악한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이 비록 꾸며진 말일찌라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면 크게 나쁜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그럼에도 한코는 그런 과거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유디트를 구하기 위해 돌아가는 결정을 내린다. 그건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 목숨을 유지했던 과거의 자신과 다르게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 목숨을 건 위태로운 일이다. 결국 한코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 반복하여 꾸며댄 이야기 속의 영웅처럼 유디트와 아들의 생명을 구해내며 정작 자신이 영웅이 되어 새로운 길을 떠난다.
영화는 한코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 유디트와 아들과 행복한 삶을 꾸리는 것을 상상하게 하며
믿기에 따라서 황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이야기를 권하고 있다.
'Column > 영화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Vengeance (2022) (0) | 2022.09.14 |
---|---|
Just Mercy (2019) (0) | 2020.12.31 |
12 Years a Slave (0) | 2020.06.07 |